티스토리 뷰

 상고시대에는 사람은 적고 짐승은 많았으며, 사람은 짐승이나 벌레, 뱀 따위를 이기지 못했었다 그 때 성인이 나타나서 나무를 엮어 둥지를 만들고 갖가지 해악을 피하도록 했기때문에 사람들은 기뻐하며 그 성인을 천하의 왕으로 받들고, 유소씨라 불렀다. 당시의 사람은 나무열매, 풀씨, 조개 따위를 먹고살았는데 그것들은 냄새가 고약하고 위장을 상하게 했기 때문에 질병에 걸리는 자가 많았다. 그 때 성인이 나타나서 나무를 문질러 불을 일으키고, 고약한 냄새를 제거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뻐하여 그 성인을 천하의 왕으로 받들고 수인씨라고 불렀다.
 중고시대에는 천하에 큰 홍수가 일어나 곤이나 우는 배수를 위한 개천을 만들었다.
 근고의 시대가 되어 걸이나 주는 포악무도한 소행이 있었기 때문에 탕왕이나 무왕이 그들을 토벌했다. 가령 지금 하후씨 시대처럼 나무를 엮어 둥지를 만들고 나무를 마찰시켜 불을 일으키는 자가 있다면, 그 자는 반드시 곤이나 우에게 조소를 당할 것이다. 은, 주 시대에 배수용의 개천을 만드는 자가 있었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탕왕이나 무왕에게 조소를 당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현재 요, 순, 탕, 무의 도를 찬미하는 자가 있으면 현대의 성인에게 조소를 당할 것이다. 성인은 고대의 도를 따르려고 하지 않으며, 고금을 통해서 항상 행해지고 있는 법칙에 의하지 않고, 당대의 일을 조사하여 그에 따라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떤 송나라 사람이 밭을 갈고 있었다. 그때 토끼가 달려와서 밭 가운데 있는 나무그루터기에 부딪혀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 후로 그 농부는 쟁기를 버리고 그 그루터기를 지켜보면서 다시 토끼가 달려와서 부딪혀 죽기만을 기다렸으나. 토끼는 두 번 다시 잡히지 않았다. 그는 송나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지금 가령, 선왕의 정치를 가지고 현대의 백성을 통치하려고 하는 것은 모두가 그루터기를 행여나 하고 지켜보고 있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고대에는 남자가 경작을 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초목의 열매만을 먹고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부인은 직물을 짜지 않았는데 그것은 짐승 가죽을 입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노동을 하지 않아도 생활 물자는 충족되었고, 백성은 적고 물자는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물자 때문에 싸우는 법이 없었다. 그 때문에 큰 상을 주거나 무거운 벌을 가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을 자연히 다스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섯 명의 자식을 가지고 있어도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다섯 명의 자식이 각자 다섯 명의 자식을 낳는다고 하면, 조부의 생존 중에 스물다섯 명의 손자가 있는 셈이 된다. 그 결과 인구는 많아지고 물자는 부족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심한 노동을 하게 되었지만 생활 물자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싸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상을 곱으로 주고 몇 번이고 처벌을 해도 난이 그칠 줄 모르게 된 것이다.

요가 천하의 왕이었을 때는 궁전의 지붕이 가지런하지 않았으며 산에서 잘라 온 서까래도 다듬지 않았고, 조나 기장을 먹었으며, 콩죽을 마시고, 겨울에는 사슴의 가죽을 입고, 또 여름에는 칡을 다듬어 만든 천으로 옷을 만들어 걸쳤다. 우가 천하의 왕이었을 때는 자신이 괭이를 들고 백성들의 앞에 서서 노동을 했고, 그 결과 다리의 털이 닳아 없어지고, 그 고생은 오늘날의 포로 이상의 것이었다. 그러므로 옛날 천자의 지위를 남에게 양도한 자는 문지기의 생활을 그만둔 셈이고, 포로와 같은 노동에서 벗어나는 정도의 차이 밖에 없었으며 천하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 못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비록 현령이 갑자기 사망해도 자손 대대로 수레를 탈 만한 부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런 현령의 지위를 존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물려준다는 점에서, 고대에는 시원스럽게 천자의 지위도 양도하였고, 현대에는 현령 따위의 지위도 떠나기 싫어하는 것은 옛날의 천자의 생활이 윤택하지 않은 반면에 오늘날의 현령의 생활은 풍족하기 때문인 것이다.
 산 위에 살면서 물을 골짜기까지 가서 길어와야 하는 자들은, 제사 때면 서로가 물을 선물로 한다. 그런데 소택지에 살면서 수해를 당하는 자는 인부를 시켜 배수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흉년이 든 봄에는 음식을 아끼느라 어린 아우에게도 주지 않고, 풍년의 가을에는 평소에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배부르게 음식을 나누어준다. 이것은 같은 권속을 소홀히 하고, 지나가는 나그네를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한편에서는 식량이 부족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식량이 넉넉하다는 실정의 차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고대에 일반적으로 물자를 경시하고 있었던 것은 인정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물자가 많았기 때문인 것이며, 현대에 와서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몰인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물자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이다. 옛날의 천자가 미련 없이 천자의 지위에서 떠난 것은 인품이 고상해서가 아니라 천자의 권세가 보잘것없었기 때문이며, 현대에 관리가 지위를 다투는 것은 그 인품이 사납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이권이 크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성인은 물자의 다과를 조사하고, 권세의 후박을 생각하면서 정치를 하게 되므로, 처벌이 가벼워도 인정이 많기 때문이 아니며, 또한 엄중히 시행하는 것도 난폭하기 때문이 아니고, 모두가 시대의 추이에 의해서 행하여지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정은 시대와 함께 변화하며, 방책은 사정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http://www.yetgle.com/2hanbija.htm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