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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딩 교육에 새 바람이 불고 있나?

 적어도 한국에서는, 시골 마을에도 컴퓨터 학원이 몇개씩 있던 80년대에 비하면 지금의 코딩 교육에 관한 관심은 10분지 1도 안된다고 단언할수 있다. 물론 집집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몇대씩 있고, 게임방이 놀이터인 요즘이 컴퓨터에 대한 접근성은 훨씬 올라갔지만, 진지하게 코딩을 접할수 있는 환경과 관심도는 80년대와 비교하면 훨씬 열악하다.

2. 코딩을 배워서 무엇을 얻을수 있을까?

 컴퓨터의 팬 소리에서 어머니의 따뜻함을 느꼈다는 눈물젖은 이야기라거나, 코딩은 정말 즐겁다는 별나라 이야기 말고 좀더 현실적으로 무엇을 얻을수 있나를 생각해보았을때, 결국 직업활동의 태반은 돈과 사회적 지위로 귀결된다고 볼수 있다. 코딩을 배우라고 권유하는것이 과연 현실적인 조언인지는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3. 돈이 되나?

 운좋게도 구글이라는 좋은 회사가 생기고 들어올수 있게된 내 입장에서 보자면 그래도 괜찮은 수입이라고 말할수 있다. 하지만 운이 좋지 않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떨까? 그리고 다른 개발자나 다른 일반 회사와의 비교가 아닌 나와 비슷한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가졌던 그룹과의 비교를 하자면 어떨까? 이부분은 한번더 방문하겠다.

4. 사회적 지위는?

 돈이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나는 여전히 원양어선 어부가 수익성이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양어선 어부 교육을 강화하자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한것 같다. 돈이 되느냐의 연장선상에서 "운이 좋게 잘 풀린 경우" 탑클래스 개발자의 수익은 의사나 변호사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까지 갈수 있지만, 사회적 지위, 특히 연애나 선 시장에서의 지위라고 하면 의사"선생님"과 개발자간의 간극은 개발자와 원양어선 어부의 간극과 다르지 않다. 물론 탑클라스 개발자와 원양어선 어부간의 수익성 간극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5. 돈이 되나? 2

 수익성이 괜찮다면서 왜 자꾸 돈이 되냐고 물어볼까? 그것은 사회가 성숙될수록 본인이 축적하는 부보다는 상속되는 부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성인 자산의 36% 정도가 상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영국의 경우는 그 비중이 무려 51%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 베이비 부머 이상의 연령대가 본격적으로 죽기 시작한게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상속 비중은 조만간 60~70%에 달할것이라 예측된다. 이제는 내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은 금수저를 문 배우자를 만나는게 유일한 부의 축적 수단인 것이다. 각종 사짜 및 선생님들이 금수저와 결혼할 확률과 원양어선 어부의 그것은 상당한 차이를 보일것이며 극단적으로 100%와 0%라고 한다면 기대 자산은 100:30으로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영화 "부당거래"에서 나온 검사님의 짭짤한 부수익은 에초에 고려하지 않고도 말이다.

6. 근데 나는 왜 개발자를 하고있나?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나의 무지와 당시의 사회적 풍토, 그리고 소싯적의 중2병으로 의사 안하고 개발자의 길을 골랐던 것은 지금와 땅을치고 후회해봐야 이미 늦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약간의 재능과 운으로 잘 풀린 편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도 개발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운이 조금만 덜 좋았더라도 의대를 선택하는게 나았을거라 생각한다. 지금와서 후회라면 한창 IT 버블이 불고있을때 내가 너무 세상물정에 어두워서 한몫 잡지 못했던게 아쉬울 따름이다.

7. 코딩 교육은 누구에게 도움이 되나?

 돈이 되나? 2 에서 금수저와 결혼하라고 했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외모와 집안이 좀 되야 그것도 되지 개천에서 사짜 된다고 인생 술술 풀리진 않는다. 그래서 나같은 평범한 흙수저에게는 사실 의사나 개발자나 원양어선 어부나 솔직히 그다지 큰 차이는 없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이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재능이 있다면 해봐라. 재능이 신통찮다면 원양어선을 알아보는게 나을것이다. 그리고 집안이 좋거나 결혼시장에 상품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개발자보다는 좀더 폼나는 쪽을 알아봐라.

8. 그래서 뭐가 문제란건가?

 엄밀히 말하자면 평균적인 개발자는 노력대비 수익성이 그다지 좋은 직업은 아니며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하다못해 연예인처럼 재미있고 한방을 노릴 직업도 아니다. 코딩 교육을 외치는건 기껏해야 '월급쟁이가 되자!' 라거나 '중소기업 공장에 일손이 필요합니다!' 수준의 따분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균적이지 않은, 특출난 재능을 가진 수준의 개발자라면 의사나 검사같은 좋은 직업을 마다하고 선택하라고 할 이유는 더욱 못찾겠다. 모든걸 양보해서 코딩을 배우는게 정말로 그렇게 좋은거라면, 그런 말을 하고있는 어르신들은 왜 본인이 먼저 배울 생각은 안하나? 국제화 시대에 영어는 중요하므로 새벽부터 영어학원을 다니는 어르신들은 쉽게 볼수 있지만, 코딩 한수좀 가르쳐 달라는 어르신 본 사람 있나?

9. 길은 없나?

 물론 장점이 없는건 아니다. 탑클라스 개발자라면 업무 강도나 스트레스를 좀 낮게 가져가면서 가늘고 길게 묻어살기에도 좋고, 대부분의 혁신에는 IT가 끼워져 가기 때문에 한발 걸칠 기회도 종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다시 말하지만, 그게 그렇게 좋은거라면 본인부터 하지 왜 남보고 하라고 말만 하겠나? 코딩을 조금 배워서 혁신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면 어르신들부터 먼저 배워서 써먹어라. 빌 게이츠, 레리 페이지는 물론 성공 했다. 하지만 그 뒤엔 재능은 있지만 운은 별로 없는 수만명의 개발자들이 있고 그 재능조차도 부족한 수백만명의 개발자들이 있다. 차라리 싸이가 터졌으니 말춤을 교육과정에 넣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10. 뱀발

 이글을 올린 직후 페북에 누군가가 청년창업중 60%가 소프트웨어 창업이었고 그중 60%가 1년내에 망했다는 기사를 올렸다. 청년 창업이니 창조경제니 떠들때 이런 당연한 귀결을 몰랐다면 지나치게 순진한거요 알고도 떠들었다면 정말로 파렴치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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