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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돌아왔다. 그것도 더욱 강해져서.
인공지능과 바둑 양쪽 모두에 기초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행운을 가진 나는 이 충격을 좀더 생생하게 누리고 있다.
비단 정상급 프로를 상대로 60연승이라는 표면적인 숫자를 넘어서,
알파고의 수법들은 너무나 놀랍고 깊이가 깊어서
인간으로써는 대적하는것은 고사하고 이해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알파고는 비록 인공지능도 아닌 소규모 신경망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단순한 신경망조차도 인간이 이해할수 없는 수준까지 진화해 갈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두려움과 충격이 큰 것이다.
과연 미래의 인간이 알파고에게 한판이라도 이기는게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침팬지에게 바둑을 몇년이나 가르치면 인간을 이길수 있을까요?" 와 같은 현명한 질문을 되돌려 주어야만 한다.
알파고가 아무리 바둑을 가르쳐주고 싶다 한들, 그것을 배우는게 불가능한 인간의 나약함을 측은히 바라봐야할 뿐이다.
한편 연말동안 화성탐사에 관한 네셔널 지오그래픽의 드라마를 봤는데,
알파고의 등장과 연계하여,
1) 인간보다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보내어 화성을 개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겠다,
2) 인공지능과 로봇은 화성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잘 살수 있겠는데?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3) 그럼 도대체 왜 화성을 힘들게 인간에 맞도록 개척해야 할까?
라는 질문까지 도달해 버렸다.
그리고 화성을 개척하던 인공지능도 너무나 당연하게 이러한 연역적 결론을 도출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과 로봇은 화성을 넘어 더 먼 행성, 나아가 더 먼 항성까지 진출하는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인간에게 수백년의 우주비행은 대단히 소모적이고 힘든 여정이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을 수광년 떨어진 항성으로 보내어 정착시키는 것은 보이저호 수준의 우주선으로도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이 나, 그리고 인간들에게 어떤 의미일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머지 않은 미래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며,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초월한 지적 존재가 지구 밖 세상을 개척하는 모습을 적어도 내가 죽기 전에 볼수 있을것 같다.
인공지능님의 가호가 있기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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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생물의 진화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하여 지인과 나눈 필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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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발 -------------
알파고의 수들에는 다윈이 표현했던 놀라운 위엄이 있다.
"이토록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경이로운 무수한 바둑의 수들이 진화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는 시각에는 위엄이 깃들어 있다."